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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 배출 제로

순 배출 제로(넷 제로, net zero)는 인류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및 여타 온실가스) 양과 인류가 제거하는 양이 균형을 이룬 것을 말한다. IPCC 제6차보고서는 순 배출 제로를 "특정 기간 동안 인위적인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인위적 이산화탄소가 제거되는 양에 의해 균형을 이루는 조건"으로 정의한다.[1]

순 배출 제로 개념의 역사

초기의 기후변화 연구는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의 안정화에 초점을 두었고,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 (UNFCCC)의 주요 목표로도 채택되었다. 하지만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의 안정화 만으로는 장기적인 지구온난화를 막기 불충분하다는 점이 문제였다. 당시 예측은 1.5°C에서 4.5°C까지의 범위를 나타냈고, 특히 상한선이 얼마나 되는지가 불확실하다는 논쟁이 있었다.[2]

이에 대한 해결책이 바로 순 배출 제로 모델이었다. 2005년 최초로 순 배출 제로에 대한 반응을 모델링한 연구가 나온 이후로[2], 2008년에는 '기후안정화를 위해서는 거의 제로에 가까운 배출이 필요하다’는 연구[3] 가 나왔고, 2009년에는 누적 탄소배출과 지구온난화의 비례성(TCRE 개념을 참고)이 확립되었다.[4] 이는 특정 온도 이하로 지구온난화를 제한하려면 일정량 이하로 탄소배출을 해야한다는 의미이며, 탄소예산 개념과도 이어진다.[2]

순 배출 제로 개념은 2014년 IPCC 제5차보고서유엔기후변화협약 구조화된 전문가 대화(Structured Expert Dialogue)를 통해 채택되었다. 또한 2015년 파리 협정 제4조에서는 IPCC 제5차보고서를 기반으로 하여 제 2조에 명시된 장기 온도 목표인 “산업화 전 수준 대비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섭씨 2도 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 및 … 섭씨 1.5도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의 추구”[5]를 달성하기 위해, 당사국들이 “금세기의 하반기에 온실가스의 배출원에 의한 인위적 배출과 흡수원에 의한 제거 간에 균형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한다”[5] 고 명시했다.[2]

2021년 IPCC 제6차보고서는 여기서 더 나아가 "인위적인 지구 온난화를 특정 수준으로 제한하려면 누적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한하고, 최소한 이산화탄소 순 배출 제로를 달성해야 하며, 다른 온실가스 배출량을 강력하게 감축해야 한다"고 밝혔다.[2]

한계

순 배출 제로나 탄소중립 개념은 모호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6]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어떤 기체가 포함되는지, 배출량을 얼마나 줄이고, 제거하고, 상쇄하는 것이 목표인지 명시가 되어야 한다. 배출원의 범위 또한 명확해야 한다. 기업의 경우 직접적인 활동에서 나오는 배출량인지, 전체 가치 사슬 전반에서 나오는 배출량인지를 적시해야 한다.

IPCC의 정의에서는 순 배출 제로에서 자연적 흡수를 제외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실제 많은 온실가스 회계 시스템은 관리된 토지에서 발생하는 수동적 흡수까지 인위적 제거로 분류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해양의 블루 카본까지도 인위적 제거에 포함하려는 움직임이 있다.[7] 이런 경우 순 배출 제로를 달성하더라도 실제로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안정화되기만 하여 지구온난화가 멈추지 않고 계속될 수 있다.

더 나아가 비판적 학자들은 순 배출 제로 개념이 현실에서는 탄소 상쇄로 왜곡되면서 그린워싱에 쓰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8] 회피 상쇄(avoidance offset)는 한 행위자가 다른 행위자에게 배출량을 줄이도록 돈을 지불하면서, 자신은 그만큼 탄소를 배출하는 배출권 거래 메커니즘을 말한다. 이러한 회피 상쇄 시장의 확립은 배출량 감축을 지연시키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한 많은 순 배출 제로 시나리오가 아직은 불확실한 기술인 탄소 제거 기술 (NET, Negative Emission Technology)인 BECCS(바이오에너지 및 탄소 포집 저장)나 직접공기포집(DAC, Dircet Air Capture)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8][9] BECCS를 위해서는 현 경작지의 25%에서 80%에 해당하는 토지가 필요하여, 글로벌 남반구의 식량 안보를 위협하는 등 그 부작용을 가난한 이들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참고문헌


  1. Matthews JBR, Möller V, van Diemen R, Fuglestvedt JS, Masson-Delmotte V, Méndez C, et al. IPCC, 2021: Annex VII: Glossary. In: Climate Change 2021: The Physical Science Basis. Contribution of Working Group I to the Sixth Assessment Report of the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Cambridge, United Kingdom and New York, NY, USA: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21). 2215–56. doi: 10.1017/9781009157896.022 https://www.ipcc.ch/report/ar6/wg1/

  2. Allen, M. R., Friedlingstein, P., Girardin, C. A. J., Jenkins, S., Malhi, Y., Mitchell-Larson, E., Peters, G. P., & Rajamani, L. (2022). Net Zero: Science, Origins, and Implications. Annual Review of Environment and Resources, 47(Volume 47, 2022), 849–887. https://doi.org/10.1146/annurev-environ-112320-105050

  3. Matthews, H. D., & Caldeira, K. (2008). Stabilizing climate requires near-zero emissions. Geophysical Research Letters, 35(4). https://doi.org/10.1029/2007GL032388

  4. Allen, M. R., Frame, D. J., Huntingford, C., Jones, C. D., Lowe, J. A., Meinshausen, M., & Meinshausen, N. (2009). Warming caused by cumulative carbon emissions towards the trillionth tonne. Nature, 458(7242), 1163–1166. https://doi.org/10.1038/nature08019

  5. 파리협정. 국가법령정보센터 2025년 6월 25일 확인 https://www.law.go.kr/LSW/trtyInfoP.do?mode=4&trtySeq=12440

  6. Net-zero emissions targets are vague: Three ways to fix. (2021).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1-00662-3

  7. Allen, M. R., Frame, D. J., Friedlingstein, P., Gillett, N. P., Grassi, G., Gregory, J. M., Hare, W., House, J., Huntingford, C., Jenkins, S., Jones, C. D., Knutti, R., Lowe, J. A., Matthews, H. D., Meinshausen, M., Meinshausen, N., Peters, G. P., Plattner, G.-K., Raper, S., … Zickfeld, K. (2025). Geological Net Zero and the need for disaggregated accounting for carbon sinks. Nature, 638(8050), 343–350. https://doi.org/10.1038/s41586-024-08326-8

  8. Armstrong, C., & McLaren, D. (2022). Which Net Zero? Climate Justice and Net Zero Emissions. Ethics & International Affairs, 36. https://doi.org/10.1017/S0892679422000521

  9. Dyke, J., Watson, R., & Knorr, W. (2021, April 22). Climate scientists: Concept of net zero is a dangerous trap. The Conversation. http://theconversation.com/climate-scientists-concept-of-net-zero-is-a-dangerous-trap-1573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