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의 기후위기 풍경
지구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기후는 점점 요동치고 있습니다. 2025년 6월, 이웃 나라 중국과 일본에서는 폭우로 인해 주민들이 대피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중국 서남부 구이저우성에서는 30년 만에 최대 홍수가 발생해서 8만명의 주민이 긴급대피했습니다. (경향신문) 일본에서는 폭우와 폭염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YTN) 기후현에서는 하루 최대 400mm의 폭우가 쏟아졌고, 동시에 여러 지역에서 35도가 넘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열돔 현상으로 폭염 경보가 내려지고 있습니다. 미국 동부 연안 지역은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지속되었습니다. (연합뉴스) 폭염경보에 영향을 영향을 받는 이들은 약 1억 6천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서유럽에서도 42도를 이르는 열돔 현상으로 휴교령, 야외노동 금지, 도로 폐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한겨레)
인도와 파키스탄에는 6월도 아닌 4월이라는 이례적으로 빠른 시기에 폭염이 찾아왔습니다. (한겨레) 파키스탄 남서부 발루치스탄주는 최고 기온이 49도에 달했습니다. 인도 수도 뉴델리의 최고 기온도 4월 상반기에 세 번이나 40도를 넘었습니다. 이들 도시의 잦은 정전과 일상적인 야외 노동은 더더욱 사람들의 고통을 키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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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예산이 3년 남았다는 과학자들의 경고
때마침 6월 19일에는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자들의 강력한 경고가 나왔습니다. IPCC 보고서 저자 등이 포함된 IGCC(the indicators of global climate change) 연구 이니셔티브에서 발표하기로, 잔여 탄소예산이 3년 조금 더 남았다고 합니다. (한겨레) (원문)
5-7년 주기로 나오는 IPCC의 보고서로는 즉각적인 평가가 힘들기에 IGCC와 같은 이니셔티브에서는 매년 새로운 수치로 남은 탄소예산을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들 과학자는 새로운 발견들을 기초로 1.5도를 넘지 않으려면 얼마나 많은 탄소예산이 남아있는지를 추산했습니다.
1.5도는 기후변화의 되돌릴 수 없는 영향을 최소로 하는 일차적 방어선입니다. 2018년 발간된 IPCC 1.5도 특별보고서는 이전까지의 목표였던 2도 상승은 극한 기상 현상, 해수면 상승, 생태계 손실 등의 영향을 심화시킨다며 1.5도로 온도 상승폭을 제한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IGCC는 1.5도를 넘기지 않을 확률을 50%로 가정했을 때 남은 탄소 예산이 1300억톤(tCO2)라고 추정했습니다. 이건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든 추정치입니다. IPCC 제6차보고서에서는 2020년 기준 5천억톤(tCO2)가 남았다고 추정했습니다. 연간 약 400억톤(tCO2)가 방출되고 있는 추세인 점을 감안하면 2020년에는 12년 남았던 시간이, 2025년 기준으로는 3년 조금 넘게 남았습니다.
IGCC는 이렇게 탄소예산이 줄어든 이유로 다음을 꼽았습니다.
- IPCC 제6차보고서 이후 5년(2020-2024)간 배출된 이산화탄소 양이 상당하다.
- 에어로졸이 지구온난화를 막는 냉각 효과가 감소했다.
- 지난 몇 년 간의 관측 온도가 생각보다 높아서 1.5까지 남은 온도가 얼마 되지 않는다.
IGCC 외에도 세계 탄소 프로젝트(Global Carbon Project) 또한 이 추세대로라면 2025년 기준 50% 확률로 1.5°C를 넘기까지 약 6년(2350억톤), 2°C를 넘기까지 약 27년(1조 1100억톤) 남았다고 평가했습니다.(원문) 어떤 기준으로도 그렇게 많은 시간이 남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COVID-19 팬데믹 동안 정체되었던 온실가스 배출이 다시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는 것입니다. 2015년 이후 약 400억톤(tCO2)에 머물던 탄소배출은 2024년 기준 416억톤(tCO2)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1.5도 목표를 위한 경로는 아주 급격한 탄소 배출 감소를 가정하고 있지만, 현실은 점점 더 많은 탄소배출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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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더 강력한 기후행동이 필요합니다.
해마다 기후재앙은 더욱 심해지고, 이에 대응할 시간은 점점 더 촉박해지고 있습니다. 숫자가 보여주는 현실은 그렇게 낙관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해마다 늘어나는 배출량과 점점 줄어드는 탄소예산은 기후행동의 시급함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점점 더 불확실해지는 국제 정세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국제적 역량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스라엘과 미국의 가자 및 이란 침공 등 점점 더 확대되는 전쟁은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이산화탄소를 내뿜으며 사람들의 목숨과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기후위기 앞에 무심하며 더 많은 화석연료를 채굴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들어선 한국 정부는 어떨까요.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기후를 두 차례 언급했습니다. (한겨레) 이재명 행정부는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시민사회에서 오랫동안 기후전문가로 활동한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장이 대통령실 기후환경에너지비서관으로 내정되기도 했습니다.(한겨레)
하지만 이재명 정부의 방향은 벌써부터 많은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먼저 AI 산업 진흥과 경남 부산권의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방향성과 충돌하고 있는 지점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가덕도 신공항을 진행하는 것은 온전히 새 정부의 책임이라고 밝힐 정도로 추진의지를 확고히 하고 있습니다.(한겨레) AI 산업 진흥도 막대한 에너지 사용을 수반하는 만큼 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아일랜드의 경우 외국에서 유치한 데이터센터가 2024년 기준 전체 전력 소비량의 20%를 차지할 정도입니다. (한겨레 - AI와 기후의 미래 서평)
재생에너지 확대 또한 공공에너지와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명확한 방향설정이 필요한 때입니다. 한국의 경우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90% 이상이 민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특히 허가받은 해상풍력 사업의 경우 발전용량 기준으로 94%가 민자 사업입니다. (한겨레) 공공재생에너지를 요구하는 개인과 단체가 모인 '정의로운전환2025공동행동’은 6월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재생에너지법’을 만들라고 요구하는 국회 입법청원을 시작했습니다. (공공재생에너지법 5만 국민동의청원)
또한 9월에는 기후행동을 촉구하는 가장 큰 규모의 행동인 기후정의행진이 열립니다. 기후위기비상행동과 기후정의동맹은 9월 행진을 위한 기후정의행진조직위원회를 꾸리기 시작했습니다. (링크) 지난 겨울 우리에게 여러 유산을 남겨주었던 광장이 빠르게 닫히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여러 부문에서 다시금 우리의 목소리를 알리고 긴급한 행동을 촉구하며 서로를 북돋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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